2012. 6. 19.
펌ㅋ
처음 시작은 성열이 먼저였다. 사실 명수는 성열이 해오는 제안에 대해 별 감흥을 느끼지 못 했다. 아니, 오히려 미친놈이 하는 개소리라고 생각했다. 쓰리썸 이라니. 야동에서나 나올 법 한 그걸 입에 담는 것조차 혐오스러운데. 것도 형들 다 나가고 없는 빈 숙소에서. 안 그래도 요즘 부쩍 성열이 성종을 노리는 것만 같아 신경이 곤두서 있던 명수에게는 기름을 붓고 라이터를 집어던지는 격이었다. 이성열과 내가 이성종 하나를 두고…. 기분이 급격하게 엿 같아진 명수는 주먹을 들어 성열을 한 대 쳐야 하는 건가 고민했다. 어쩐지 성열이 형들 안 들리게 저를 불러 으슥한 건물 계단에서 말을 꺼내나 했다. 웬일로 진지하나 싶었는데. 진짜 한 대 치고 엎어버릴까. 그러기엔 대기실에선 아무것도 모르는 형들이 메이크업 수정을 받고 있고. 순딩이라고 소문이 난 제가 먼저 싸움을 걸었다간 형들이 놀라 자빠질 터였다. 심지어 30분 뒷면 무대 위에 올라가야 했으니, 정말 이도저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내가 왜 이성종을 너랑 나눠 먹어야 되는데? 이성종 내건데? 라고 당당하게 눈으로 말하던 명수는 곧 성열이 해오는 말에 기도 안 차 헛웃음을 흘려야 했다.
야, 너 이성종이 지 친구랑 주고받은 카톡 본 적 있냐? 그 말에 명수는 당연히 고개를 저었다. 그걸 왜 봐. 넌 안 봤냐? 난 봤거든. 이 쓰레기 같은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야 하나 고민하던 명수는 자꾸만 이상하게 마음 한 구석이 동해 고분고분 대답하고 있었다.
‘이성종 그 좆만 한 게 너랑 나를 두고 저울질 중이시란다.’
‘뭐?’
‘귓구멍 막혔냐? 너랑 나를 두고 간을 보더라고. 존나 깜찍하게, 시발.’
‘지랄하지 마.’
‘이성종이 지 친구한테 보낸 카톡 봤어. 이성종 핸드폰 비번 풀기 존나 쉽더라고. 요즘 너랑 내가 너무 들이대서 피곤하시 대. 둘 중에 누가 더 나은 지 고민 중이란다. 너는 호구 같아서 좋고, 나는 멍청해서 좋다는데, 시발. 저 콩만 한 대가리로 통 밥 꽤나 굴리고 있더라.’
성열은 제가 말하면서도 열이 받치는 지 시발시발 거리며 욕을 씹퉁 거렸고 명수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성열의 말에 순간적으로 혈압이 올라가 눈앞이 핑 돌았다. 곧 무대를 앞두고서도 담배를 입에 문 성열은 불을 붙이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다분히 신경질이 묻어난 손길이었다. 필거냐고 담뱃갑을 흔드는 성열에게 고개를 저어준 명수는 곰곰이 생각했다. 제 앞에선 그렇게 백치같이 웃던 성종이 호박씨를 제대로 까고 있었다니. 명수는 이 말을 믿어야 하는 지, 말아야 하는 지도 의문이지만 그 이전에 사실이라면 최근 들어 가장 크게 화를 내게 될 것만 같아 쥐고 있던 음료수 캔이 으스러지도록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성열이 당잠사를 찍고 나서 연기력이 꽤 는 건 사실이라서 혹시나 연기는 아닐까 의심을 해봤지만 이런 짓을 하자고 연기까지 할 성열이 아님을 알기에 더욱 혼란스러웠다.
‘…진짜야?’
‘넌 시발, 내가 지금 몇 번을 얘기 하냐. 빡 치니까 자꾸 묻지 마. 아오, 썅.’
험악하게 굳어서 곧 악이라도 쓸 표정인 성열을 본 명수는 확인 사살을 당한 기분이었다. 대꾸를 한 성열은 담배를 깊숙하게 빨아들이며 온 얼굴을 파삭하게 구겼다. 절대 거짓말이 아니다. 두 놈을 순식간에 병신으로 만든 이성종을 혼내주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두 놈이 한 번에 덤벼드는 게 답이긴 했다. 몇 분을 고민 한 끝에 명수가 성열에게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여주자 곧 담배를 한 번 더 빨아들인 성열이 짧아진 담배를 벽에 세게 튕기며 목을 한 바퀴 크게 꺾었다. 성열의 삼백안이 희번득 빛났다. 이제부터 우리가 노려야 하는 건 새끼 구미호 같은 이성종을 잡아 족쳐야 하는 타이밍이었다.
우리 예쁜 성종이가 형들을 가지고 재밌게 놀고 있었구나. 너만 보면 좋다고 웃는 내가 그렇게 호구 같았어, 성종아? 그런데 어쩌지. 안 그래도 형은 너만 보면 어떻게 발라 먹을 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밥상을 차려주면 형이 마다할 이유가 없잖아. 우리 성종이, 이제 형들이 어떻게 조져 줄까요.
명수와 성열은 요즘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그 둘은 형들이 숙소 밖을 나갈 때마다 언제쯤 들어 올 건지 누구를 만나는 지, 어디로 가는 지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처음엔 그 둘을 미친놈들처럼 쳐다보던 형들도 습관이 되니 물어보기도 전에 두 명에게 와서 보고하고 가는 게 일상이 되었다. 한 명이 나가면 한 명이 들어오고 또 한 명이 들어오면 두 명이 들어오고. 7명이나 되는 인간들이 왔다 갔다 하는 숙소가 비는 날을 찾기란 가뭄에서 콩이 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보니 숙소가 언제 비나 그 날만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둘은 2주 째 성종의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 해 거의 폭발 직전이었다. 심지어 언제 숙소가 비게 될지 모르니 숙소를 지키는 붙박이 마냥 자발적으로 숙소에 갇혀 있던 것도 딱 2주였다. 혹시나 성종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라도 챌까봐 겉으론 아무런 표현조차 하지 못 하고 잠자코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것도 2주째 였고. 그러던 중에 컴백을 앞두고 이틀이라는 짧은 휴가가 주어졌다. 형들은 나가기 위해 분주했지만 명수와 성열은 달랐다. 형들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둘은 숙소를 한발자국이라도 나갈 생각이 없었다. 드디어 오늘이 그 타이밍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으니까. 집이 멀어 어쩔 수 없이 숙소에 남아야만 하는 성종은 여전히 자고 있었고 나머지 형들은 나가면서 하나같이 내일 쯤 들어오거나 오늘 저녁 늦게 들어온다는 보고를 했다. 명수는 덜 깬 눈으로 마지막으로 나갈 준비를 마친 성규를 마중했다.
“이성종, 이성열은 아직도 자냐?”
“어….”
“형 오늘 외박이니까 셋이 잘 놀고 있어. 특히, 너랑 이성열. 요즘 이상하게 붙어 다니는데 헛짓거리 하다 걸리면 죽는다. 성종이 괴롭히지 말고.”
성규는 아직 잠도 덜 깬 명수를 붙들고 잔소리를 해댔다. 잠에 취한 명수가 정신을 못 차리자 혀를 쯧쯧 차고는 숙소를 나섰다. 성규는 막내 라인 3명만 남겨두고 숙소를 벗어난 적이 없어서 불안했다. 게다가 3명 죄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놈들이라 성규에겐 그 불안함이 더 할 수밖에 없었다. 성규는 가끔 보면 성종의 아빠를 자처하고 나섰다. 평소엔 제가 이성종을 가장 귀찮게 하면서 다른 멤버들이 불러대거나 심부름을 시키려고 하면 너는 손이 없냐, 발이 없냐, 라는 식의 잔소리를 해댔다. 웃기지도 않게 말이다. 명수는 잠을 몰아내려고 애 쓰며 눈을 깜빡 거렸다. 손바닥으로 꾹꾹 누르자 눈두덩이 부은 게 느껴졌다. 오늘 숙소가 싹 비워질 걸 생각하니 설레서 잠이 안 와 뜬 눈으로 몇 시간을 누워있다 잠들었다. 드디어 오늘의 해가 떴고, 숙소는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명수는 옷을 발로 걷어 내며 방으로 들어 가 아직도 퍼질러 자고 있는 성열의 다리를 툭툭 찼다. 서로 말은 안 꺼냈지만 성열 또한 명수와 같은 이유로 한 참을 뒤척이다가 잠들었을 게 분명했다.
“이성열. 일어 나.”
“뭐….”
“형들 다 나갔어.”
“…어어.”
“안 일어나면 나 혼자 한다.”
그제 서야 꼼짝도 않던 성열의 눈이 번쩍 뜨임과 동시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앉았다. 까치집인 머리를 하고서 눈을 똑바로 뜨겠다는 꼴이 퍽 웃겼다. 명수는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며 성열의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성종이 깨워?”
“같이 가.”
“아직 12시도 안 됐는데.”
“형들 언제 들어올지 몰라.”
“늦게 온 댔잖아.”
“그럼…. 밥부터 먹던가.”
“그냥 내가 깨워올게. 넌 앉아서 어떻게 할 지 머리나 좀 굴려 봐.”
굶주린 속을 채우려는 긴장된 맹수의 눈을 한 성열이 일어나며 혀로 입술을 핥았고 명수는 마치 사냥감을 앞발로 잡고 있는 여유로운 맹수와도 같은 눈으로 성종의 방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어쨌든 무언가를 먹는다는 행위에서 그 들은 철저히 포식자의 위치에 있었다. 성종을 깨우기 위해서 성종의 방문을 열고 들어간 명수는 한쪽 손을 살짝 말아 쥐고 아기처럼 잠이 든 성종을 내려다 봤다. 이렇게 순하고 애새끼 같은 얼굴로 그런 발칙한 짓을 하고 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아랫입술을 꾹꾹 눌러보았다. 이 예쁜 입술로 그런 더러운 소릴 내뱉고 다닌다 이거지. 말캉한 입술이 질척이는 소리를 내며 벌어졌고 잠이 든 상태에서도 누군가의 손길이 귀찮은 듯 성종이 뒤척였다. 장난은 이쯤에서 접고 본격적으로 깨우기 위해 명수는 성종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이성종, 성종아. 일어나. 점심 먹자.
“안 먹어….”
“지금 안 먹으면 조금 있다 버티기 힘들 텐데.”
“응?”
“일어나야 돼. 너 점심 꼭 먹어야 돼.”
잠결이라 명수가 무슨 말을 하는 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 한 성종은 깨우는 손길에 눈을 손등으로 부비며 일어나 앉았다. 지금 막 일어났는데도 분내가 날 것 같은 뽀얀 뺨을 한 번 콱 씹으면 어떤 맛이 날까. 상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더 자고 싶은데….”
“일어 나. 열두시야.”
“형들은?”
“다 나가고 나랑 이성열만 남았어.”
“형들은 안 나가?”
“응. 아무데도.”
안 가. 하루 종일 있을 거야. 너랑. 몽롱한 상태의 성종이 큰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며 이층에서 내려왔다.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 살짝 비틀거리다 앞에 서 있던 명수의 품으로 안겨들었다. 포근하게 안겨오는 작은 초식 동물 같은 성종을 받아든 명수는 알게 모르게 입 꼬리를 올렸다. 한 문장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독 안에 든 쥐. 독 안에 든 쥐. 독 안에 든 쥐.
어느새 거실 바닥에 후드를 뒤집어쓰고 앉아 있던 성열은 성종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다리를 꼬며 얼굴을 찌푸렸다. 이성종이 또 미쳐서 바지는 어디다 벗어 던지고 하얀 박스티를 입은 채 맨다리를 훤히 내 놓고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바지 좀 주워 입고 있으라고 잔소리를 해도 그런 건 귓등으로도 안 들어 처먹더니 성종은 최근에 있었던 한 행사 인터뷰에서 남자는 밑이 시원해야 한다는 이상한 소리를 지껄여서 모든 멤버를 초토화 시켰다. 실제로 성종은 숙소에서 바지 입고 있는 것을 귀찮아했다. 잘 때만 벗고 자거나 웃통을 까고 돌아다니는 건 그러려니 하겠지만 숙소만 들어오면 죄 벗어던지고 엉덩이를 가릴 듯 말 듯 한 박시한 티 한 장과 딱 붙는 드로즈만 입고 돌아다니는 건 꼭 따먹어 달라고 온 몸으로 광고를 하는 것 같아서. 제 몸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놈이 말이다.
저 곧고 쭉 뻗은 다리와 날이 갈수록 봉긋해지는 엉덩이를 내놓고 살랑거리며 돌아다니는 꼴은 한창 때인 성열과 명수를 자극하기엔 더할 나위 없었다. 가끔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느라 엉덩이만 뒤로 쭉 빼 놓은 채 엎드리고 있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성열은 속으로 천불이 일어 참을 수가 없었다. 수백, 수천 번을 보아왔는데도 적응이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볼 때마다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지는 것은. 저 꼴을 보고 꼴렸던 첫 날엔 성열은 너무 당황해서 뇌가 돌았나 싶었다. 같은 거 달린 애새끼한테 꼴린 제 모습이 혐오스럽기까지 해 숙소에 들어가면 제 방에서 나오질 않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다 생각을 고쳐먹었던 건, 차라리 저걸 꼬셔서 잡아먹으면 밖으로 나도는 것보다 훨씬 편할 것 같아서. 여자를 만나러 나갈 때마다 어린 게 발랑 까졌다고 형들한테 갈굼 당하느니 형들 모르게 뒤로 딴 짓 하는 게 편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이성종을 꼬시려고 한 거였고. 중간에 명수까지 들어 온 건 몰랐었는데 성종의 카톡을 확인한 순간 그 의도가 명백했던 행동들을 왜 눈치 못 채고 넘겼을까 싶어 제 스스로 한심해졌다. 이미 눈치를 채고 있던 명수와 달리 성열은 전혀 낌새를 느끼지 못 했다. 내가 꼴렸으니 남도 꼴릴 수가 있다는 걸 왜 생각하지 못 했을까. 성열은 이성종이 저를 병신 취급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배고파.”
“밥 좀 차려 봐.”
성열과 명수가 나란히 앉아 성종을 올려다보며 먹이를 기다리는 새끼 새 마냥 밥 타령을 했다. 앉은 채로 올려다보니 성종이 움직일 때마다 티 아래쪽으로 드로즈가 보일락 말락 시선을 자극했다. 어느 정도 잠이 깬 성종은 알겠다며 곧 부엌으로 가 이것저것을 꺼내고 담았다. 성열은 아예 드러누워 노골적으로 다리사이에 시선을 박았고 명수는 성종의 하얀 허벅지 근육이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며 마른 입안을 더듬었다. 그런 두 형들을 알 리가 없는 성종은 반찬을 찾기 위해 냉장고를 열어 그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 손으로 냉장고를 잡고 몸을 아래로 굽힌 채 엉덩이를 훤히 내놓는 것은 성열의 퓨즈를 끊어 놓기에 아주 충분한 그림이었다.
벌떡 일어선 성열은 성종의 뒤에 서서 냉장고 문을 확 닫은 채 팔 사이로 성종을 가뒀다. 위화감을 느낀 성종이 당황해서 그 팔을 빠져나오려고 할 때 성열은 드러난 목덜미를 혀를 내어 길게 핥았다. 마치 어린 가젤을 앞에 둔 검은 표범처럼, 한껏 흥분이 물든 눈을 한 채.
“형…. 왜 그래. 하지 마.”
뒤엔 성열이 서 있고 거실엔 명수가 저를 빤히 보고 있었다. 성종이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성열의 팔 사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밑으로 숙인 그 순간, 머리채가 세게 잡혀 왔다.
“악!”
“어딜 도망가.”
“밥은 먹고 하자니까….”
“미친 새끼. 밥에 환장했냐.”
“배고프면 짜증나.”
멀뚱히 앉아 있던 명수가 일어나는 것을 보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성종은 그런 명수에게 구해달라고 팔을 뻗었다. 형, 성열이 형 이상해. 아파, 나 머리 아파. 이거 좀 놔줘. 형, 나 좀 도와줘. 명수 형, 제발.
그것이 썩은 지푸라기일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 하고, 아주 가련하고 애처로운 목소리로,
“성종아. 아직도 모르겠어? 여기에 널 구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조개가 파이도록 맑은 명수의 웃음을 보는 것과 동시에 엉덩이 사이로 묵직하게 닿아오는 성열의 것을 느끼며 성종의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만이 간절하게 떠올랐다. 살려주세요.
성종의 머리채를 잡은 상태로 질질 끌어 제 방으로 들어 온 성열은 그대로 성종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뒤를 따라 들어 온 명수는 조용히 방문을 걸어 잠그고 문에 기대어 섰다. 아까 제가 성종을 깨우러 간 사이에 개판이었던 바닥을 성열이 싹 치워놓은 건지 바닥엔 걸리는 것이 없었다. 겁에 질린 성종이 방바닥에 앉아 덜덜 떨며 쉴 새 없이 눈을 굴렸다. 지금 이 상황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듯 했다. 마치 곧 잡아먹힐 제 운명을 아는 듯 한 작은 토끼 같다고 해야 하나. 그 앞에 쪼그리고 앉은 성열은 입 꼬리만 올려 웃었다. 성열이 진짜 맹수였다면 벌어진 입술 사이로 긴 송곳니가 보일 것만 같은 오싹한 웃음이었다.
“형, 형들 왜 그래요….”
“성종아. 재밌었어? 공주 대접 해주니까 아주 좋았지? 응?”
“뭐가, 이상해. 열이형….”
“형들 가지고 노니까 재밌었냐고, 시발년아.”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모를 줄 알았냐?”
성종의 머리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는 게 눈에 훤히 보여서 명수는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저 조그만 머리통 속엔 대체 뭐가 들어있을까. 귀엽기도, 갸륵하기도 한 그 표정이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들키지나 말던가. 나는 멍청해서 좋고 김명수는 호구 같아서 좋아?”
“형이, 형이 그걸 어떻게….”
“닥쳐, 넌 오늘 뒤졌어.”
성종이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 채고 일어나려는 찰나, 성열이 발을 걸어 그대로 뒤로 자빠뜨렸다. 어느새 성열은 성종의 허리 위에 올라타 있었다. 뒤로 넘어가면서도 성종은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성열은 성종의 티를 위로 들어 올려 순식간에 벗겨내었다. 사고는 찰나였다. 옷이 벗겨지는 게 죽기보다 싫은 듯 한 성종이 팔을 버둥거리다가 성열의 얼굴에 손을 대고 만 것이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성열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고 성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성종을 내려다보았다.
“말로 좋게 하려고 했더니, 죽여 달라고 아주 기를 쓰네.”
짝, 짝. 살이 터질 듯 한 엄청난 파열음이 들려왔다.
“이성열 애 잡을 거냐? 그냥 손을 묶으면 되잖아.”
그 때까지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방문에 나른하게 기대 서 있던 명수는 성종의 부어오르는 얼굴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무식한 새끼. 적어도 얼굴은 건들지 말아야지. 얼굴이 재산인 앤데. 성종은 어느새 미동도 못 하고 숨이 넘어가라 울어 제끼고 있었다. 옆 옷걸이에서 대충 손을 휘저어 얇은 넥타이 하나를 건진 성열은 성종의 두 팔을 위로 들어 둘둘 말아 단단히 메었다. 그제 서야 명수는 발을 떼서 성종의 곁으로 다가갔다. 누워있는 성종을 일으켜 제 품에 기대게 앉힌 명수는 빨갛게 살이 부푼 성종의 얼굴을 매만졌다.
“성종아, 그러게 왜 그랬어. 형들이 잘해줄 때 적당히 끝냈으면 이런 일 없었잖아.”
“명수형…. 으흑.”
“김명수 닥치고 좀 잘 잡고 있어 봐, 시발.”
어느새 성열은 성종의 얄팍한 뱃가죽을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성종이 허벅지를 딱 붙이고 고개를 저었지만 성열의 무식한 힘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무릎을 잡고 양 옆으로 벌리는 우악스러운 손길에 손바닥만 한 드로즈가 쉽게도 벗겨져 나갔다. 성종의 울음소리가 한 층 더 커졌다. 밝은 대 낮에 제가 당하고 있는 일이 명확하게 인식될수록 점점 현실과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성종의 하얗고 뽀얀 배가 울음으로 떨릴 때마다 명수 또한 점점 앞섶이 부풀어 오르는 게 느껴졌다. 성종의 뒤에 앉은 명수는 계속해서 손가락으로 성종의 가슴을 살살 쓸어내렸다. 검지손가락이 목과 가슴을 배회하는 움직임이 야릇해 성종의 유두가 점점 딱딱하게 굳어졌다. 직접적으로 닿아 오진 않고 유륜 주위를 손가락 하나로 빙글빙글 원을 그리는 그 움직임은 차라리 성종이 정신을 놓고 싶게 만들었다. 어느새 제 바지까지 벗어던진 성열은 여전히 덜덜 떨리고 있는 성종의 손을 잡아내려 제 드로즈 위를 살살 쓰다듬게 했다. 벌써 묵직하게 솟아있는 성열의 것이 노골적으로 닿아올 때마다 성종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가늘고 긴 손가락이 제 것에 닿을 때마다 소름이 끼칠 만큼 오싹한 쾌감이 일어 낮게 한 숨을 쉰 성열은 곧 드로즈마저 벗어 던졌다.
“스파링은 이쯤하면 됐고. 본 게임 들어가야지.”
마치 천진한 장난꾸러기처럼 씩 웃은 성열은 성종의 입을 벌려 무자비하게 제 것을 쑤셔 넣었다. 성종의 입에 제 좆을 밀어 넣자마자 뜨겁고 습한 기운이 제 것을 감싸와 성열은 진짜 딱 죽지 않을 만큼 좋았다. 뒷골이 확 당겨지는 기분이 들어 차마 움직이지도 못 하고 그 희열을 잠깐 만끽하던 성열은 곧 성종의 머리통을 잡고 앞뒤로 움직이게 했다. 축축하고 매끄러운 혀 위에서 제 것이 미끄러질 때마다 온 몸이 뜨거운 진흙탕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뒤에 앉아 있던 명수는 성종의 손을 묶고 있던 넥타이를 풀러 제 트레이닝팬츠 안으로 성종의 손을 밀어 넣고 제 좆에 대고 문질렀다. 아까 성열이 왜 그렇게 한숨을 쉬었는지 이해가 갈만큼 성종의 손은 부드럽고 고왔다. 성종은 모든 것을 포기한 채 그저 눈물만을 쉴 새 없이 뽑아내었다. 성열의 것이 목구멍을 찌를 때마다 먹은 게 없어 아무것도 없는 속에서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다. 성열의 손이 성종의 볼을 옴팡지게 잡고 홀쭉하게 만들어 입술이 동그랗게 벌어졌고 꼭 그 모양새가 마치 무언가를 상상하게만 만들어 벌써부터 성열의 눈앞이 빨갛게 번졌다. 성열은 평소 상상만 하던 섹스 판타지를 모조리 실천하기라도 할 것처럼 오럴로 할 수 있는 온갖 짓을 다 했다. 귀두 끝을 볼로 향해 불룩 튀어 오르게 한 뒤 그 동그랗게 부푼 뺨을 손으로 매만졌다. 소름끼치게 좋아. 좋아서 죽이고 싶어. 이 딴 요망한 게 왜 태어나서 가만히 있는 나를 미친놈으로 만드는지 모르겠어.
성열이 성종의 얼굴을 붙잡고 있다고 해서 명수가 가만있던 것은 아니다. 성열이 성종의 입에 오럴을 시도할 때 쯤 명수는 갑갑한 제 바지를 벗어 던지고 성종의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게 했다. 성종의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고 그 안으로 제 것을 끼워 넣으며 목 안을 낮게 울렸다. 보들보들하고 가느다란 손바닥과 손가락이 명수의 것을 훑고 지나갈 때마다 핏줄이 하나둘씩 튀어 올랐다. 만족할 만큼 성종의 입안에서 노닥이던 성열은 성종의 입에서 제 것을 빼낸 뒤 성종의 얼굴을 내려다 봤다. 붉게 번진 눈가와 발갛게 부풀어 오른 뺨, 젖은 앞머리. 여자보다 가는 허리와 눈이 부실만큼 희고 고운 살결. 상상만 했던 것이 실체로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오히려 현실이 꿈처럼 느껴졌다. 성종의 입 술 안으로 검지와 중지를 밀어 넣으려던 성열은 순간 재밌는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장난스러운 미소를 얼굴에 걸고 성종의 귓가에 속삭였다.
“혼자 풀어 봐.”
“그, 그런 거 못 해…. 안 해.”
성종이 고개를 저으며 못 하겠다고 다시 눈물을 펑펑 쏟아내기 시작하자 성열은 어느새 웃음을 지우고 짜증스런 표정을 지었다.
“못 하는 게 어디 있어.”
“형 미쳤어. 둘 다 돌았어…. 살려주세요, 제발….”
“성종아, 말 했지만….”
맞으면 다 하게 돼 있어.
소름끼치는 파열음이 들려오고 성종의 얼굴이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이제 성종은 소리도 내뱉지 않고 그저 눈물만 하염없이 뽑아내었다. 모든 의지를 상실한 인형 같은 성종 때문에 주변의 공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그만 때려. 애 떠는 거 안 보여?”
“아오, 썅….”
성열은 할 수 없이 명수에게 붙들려 있는 손 말고 놀고 있는 성종의 손을 들어 제 입으로 가졌다. 성종의 손바닥부터 손톱 끝까지 길게 핥아 올린 성열은 그 끝을 살짝 깨물다가 곧 제 입안으로 넣었다. 갑자기 다정해진 성열의 태도에 성종이 의문스러운 눈으로 쳐다봐도 그저 그 손가락만을 열심히 빨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적셔졌다고 생각했을 때 쯤 그 손을 제 입에서 뱉어낸 성열은 성종의 손가락을 아래로 가져갔다. 성종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형, 형. 지금 이거, 뭐…. 성종은 그 뒷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제 손가락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곳을 뚫고 들어왔다. 충격과 공포에 말도 나오지 않았다. 제 신체의 일부가 또 다른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건 평소에 상상조차 해본 일이 없던 성종이었다.
“시발, 아다 라서 그런가. 존나 뻑뻑하네.”
충분히 적셔 줬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쑤셔 넣어도 한마디 이상 들어가지 않는 꼴을 보면서 성열은 인상을 찌푸렸다. 잠깐 고민을 하던 성열은 자리를 떠 부산스레 움직이더니 어느새 젤을 찾아와 손가락 사이로 죽 짜내었다. 핑크빛의 투명한 젤이 성열의 손을 타고 흘러 성종의 배 위에 뚝뚝 떨어졌다. 성종은 이제 거의 포기 상태였다. 차라리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저 흐느끼며 성열의 손가락만을 쳐다보고 있었을 때 성열의 손가락이 성종의 손가락을 잡아 채 그 위에도 젤을 짜내었다. 하얗고 가는 손 사이로 젤이 뚝뚝 흘러내리는 꼴을 보던 성열은 그 손 위에 제 손을 겹쳐 구석구석 젤이 퍼지게 만들었다. 성종의 손이 젤로 도배가 되었을 때 성열은 다시 한 번 성종의 손을 아래로 끌어 내렸다. 성종은 끝났나 싶었던 그 행위가 다시 시작되자 얼굴부터 하얗게 질려갔다. 싫다고 해봤자 맞을 일 밖에 없으니 그저 아랫입술을 꾹 물고 성열이 이끄는 데로 따라갈 뿐이었다. 한마디 이상 들어가지 않던 손가락이 젤로 인 해 제 엉덩이 사이로 가득 들어찬 것을 느껴졌다.
“여기까지 해줬으면 이제 니가 해야지.”
“못 해…. 못 해요.”
성열이 관망하듯 위에서 성종을 내려다 봤다. 기묘한 감각에 차마 움직이지도 못 하는 성종을 내려다보던 성열은 다시 한숨을 쉬며 제 손을 성종의 손 위로 덮었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걸, 왜 못 한다고.”
성열의 말이 뚝뚝 끊길 때마다 성종의 손이 성열의 손에 의해 빠르게 움직여졌다. 제 손이 제 뒤를 쑤시는 난생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성종이 입도 다물지 못 하고 그저 움직이는 대로 흔들렸다. 뜨거운 안으로 밀려들어갔던 젤은 제 본분을 다 하고 곧 녹아 구멍 사이로 물처럼 줄줄 흘려 내렸다. 명수는 성종의 고통을 덜어주려 사그라들어 있는 성종의 좆을 제 손으로 쥐었다. 아무리 강간이라고 해도 둘만 즐기기엔 양심에 찔려서. 명수의 손바닥이 성종의 좆을 잡고 상하 운동을 반복하는 동안 성열은 성종의 구멍을 조지는 데에 정신이 팔려 어느새 성종의 손이 들어 있는 안으로 제 중지를 밀어 넣었다. 빡빡하긴 했지만 아주 안 들어갈 정도는 아니라서 억지로 쑤셔 넣으니 끝까지 들어찼다. 성열의 길고 곧은 손이 성종의 손가락 사이로 들어 가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성종의 목이 뒤로 꺾였다. 앞에선 명수가 제 것을 잡아 흔들고 뒤에선 제 손과 성열의 손이 뒤섞여 움직이는 감각 때문에 성종은 제대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쾌감이 앞뒤로 몰아쳤다. 뒤에 들어 차 여기저기 포인트만 딱딱 짚어 들쑤시는 성열의 손은 허리 아래가 통째로 저리는 듯 한 쾌감을 몰고 왔고 앞에선 명수의 손을 빌려 대딸을 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성종이 목을 제대로 못 가누며 끙끙 거리자 명수는 그 입술에 제 입을 맞물렸다. 헐떡이는 입술 새를 가르고 들어가 앙살 맞은 혀를 빨아 당기자 성종이 더 달라고 조르는 것 마냥 명수에게 매달렸다. 제 손가락을 움직이며 그 꼴을 보던 성열은 성종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꼭 딸기 맛이 날 것 같은 성종의 유두를 이빨로 긁어내리자 성종은 낑낑겨리며 꽂혀 있던 제 손을 빼내어 성열의 질긴 어깨를 손끝으로 꾹 잡아 내렸다. 공간이 비자, 다시 수축되려는 구멍 사이로 성열은 제 손가락 하나를 더 찔러 넣었다. 잇새로 물려 있는 성종의 유두를 한 번 튕겨 내자 성종이 앓는 소리를 내며 성열의 어깨를 더 세게 쥐었다. 미친년, 허리 튕기는 거 봐.
성종의 엉덩이 사이를 꾹꾹 눌러 넓힌 성열은 제대로 자리를 잡아 앉았다. 위에선 명수에게 정신이 팔려 아래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던 성종은 허벅지 사이로 단단한 게 닿아 와 입술을 떼고 밑을 내려다 봤다. 있는 대로 발기한 성열의 좆이 제 하얀 허벅지 위로 문질러지고 있었다.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은 성종은 그 말만한 좆을 멍청하게 보고 있었다. 저게 내 뒤로 들어온다고?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그냥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는 것 같았다. 성종이 성열의 것을 보고 있는 상황이 마음에 안 든 명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성종의 얼굴을 제 쪽으로 돌렸다.
“기분 좋게 해줄게.”
명수의 말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인 성종은 다시 명수의 혀끝에 매달려 쪽쪽 소리가 나게 빨다가 밑에서 밀려들어오는 기세에 잠깐 숨을 멈췄다. 그대로 굳어버린 성종 때문에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 하게 된 성열은 바닥을 저어 젤을 다시 손에 쥐었다. 성열은 저와 성종이 연결되어 있는 그 부분에 젤을 죽 짜냈고 명수는 성종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성종의 것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움직였다. 다시 천천히 움직임을 시작하자 성종은 끙끙 거리면서도 점차 몸을 풀기 시작했다. 와, 시발 뭐 이런 년이 다 있어. 성열은 제 아래가 꾸역꾸역 먹혀들어가는 것을 보며 얼이 빠져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 모양새를 그냥 멍청하게 보고만 있는데도 기가 빨리는 기분이었다. 세게 밀어 넣지도 않았는데 성종의 긴장이 풀리자마자 제 것이 쭉쭉 빨려 들어갔다. 처음이었다. 내가 알기론 오늘이 처음이 맞다. 분명 아다인데 후장은 닳도록 놀아난 년 마냥 거침이 없었다. 와, 시발 나 떡치고 다리 후들 거려서 못 일어나는 거 아냐?
“미친년….”
입에서 절로 쌍욕이 흘러 나왔다. 끝까지 밀고 들어가자 성종의 구멍이 한 번 탄력 있게 조였다 풀어졌다. 그 순간 이성을 잃은 성열은 고삐 풀린 말 마냥 날뛰기 시작했다. 앞 뒤 사정 봐주지 않고 저 좋을 대로만 마구잡이로 박아 쳐 넣었다. 성열의 풀린 눈을 본 성종은 곧 다시 두려움을 느끼고 울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지금은 너무 아프기만 했다. 밑이 뚫릴 것처럼 아려 오는 데도 성열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미친개처럼 덤벼들었다.
“애 또 울잖아. 작작해, 병신아.”
“울면서도 허리는 잘만 돌아가거든?”
실신할 지경으로 눈물을 쏟으면서도 박아 올리면 착착 감겨오는 맛에 성열이 성종의 얇은 허리를 양 손으로 쥐고 세게 쳐올렸다. 너무 깊게 들어 와 박히는 성열의 것에 성종이 명수의 입에서 제 입을 떼고 진저리를 쳤다. 위에서 성종을 달래던 명수가 신경질을 냈다. 하지만 지금 성열은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시발, 알게 뭐야.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빨아올리는 맛이 보통이 아니다. 하늘에서 내린 천마라는 게 이런 건가. 오늘이 첫 경험이 분명한데도 자진방아처럼 돌아가는 허리는 성열에게서 헉 소리를 뽑아냈다. 뭐 이딴 게 다 있어. 아무리 박아 쳐 넣어도 더 달라는 듯이 쭉쭉 뽑아 올리니 악에 받친 성열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만큼 거세게 움직였다. 깊숙이 밀어 넣을 때마다 그 반동으로 구멍이 조였다 풀어지는 타이밍은 성열의 온 머리털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정신없고 아파서 아직 못 느낄 뿐이지 아마 느끼기 시작한다면 엄청난 요물이 탄생될 게 분명했다. 지금 저렇게 울면서도 느끼는 지점을 쳐 올릴 때마다 성종의 몸이 간헐적으로 튀어 올랐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우는 꼴에 기분이 상한 명수는 성종이 울거나 말거나 제 좆대로인 성열을 발로 차서 옆으로 쓰러트리고 제가 성종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 앉았다. 나자빠진 성열이 시팔 개팔 욕을 해댔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누워서 겁에 질려 울고 있는 성종의 눈가를 핥아 올렸다. 저번에 순서를 놓고 성열과 얘기를 했을 때 성열이 먼저 하겠다고 하도 극성을 부려서 그러라고 했지만 이제 와 보니 좋은 판단은 아니었다. 뒷사람이 감당을 못 할 정도로 수준으로 애를 헤집어 놓으면 나는 어쩌라고.
“성종아, 아파?”
“으흡…. 너무 아파. 무서워. 하지 마. 응?”
“어쩌지, 성종아. 안 할 수는 없는데.”
다정하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아까 몇 대 맞은 기억이 떠오르는 듯 어깨를 움찔움찔 떨었다. 패가면서 하는 취미는 없는데 하기 싫다고 하도 패악을 떠는 바람에 불가피한 선택으로 뺨을 몇 대 올려붙였던 그게 그렇게 아팠나보다. 성종의 부은 볼을 살살 쓰다듬은 명수는 곧 옆에서 이성종의 손을 끌어 대딸을 시키려는 성열을 노려봤다.
“시발아, 애 얼굴이 이게 뭐야. 적당히 때려야지.”
“말, 걸지… 윽. 마.”
성종의 손 위에 제 손을 겹쳐 좆을 붙들고 박차를 가하고 있던 성열은 곧 손등에 질긴 핏줄이 서며 하얀 액을 성종의 가슴 위로 뱉어냈다. 한 차례 싸고 났음에도 성열의 것은 죽지 않고 여전히 껄떡거렸다. 성종의 옆에 모로 누운 성열은 성종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이 좋은 걸 왜 그냥 놔뒀을까, 라는 후회를 했다.
“성종아, 이젠 형이랑 좋은 거 할까?”
성종이 고개를 끄덕이지도, 좌우로 젓지도 못 하고 그냥 눈물만 뽑아내자 명수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런 성종의 목덜미에 얼굴을 박았다. 그렇게 땀을 흘렸는데도 분내가 난다. 연한 목을 거칠거칠한 혓바닥으로 쓸어 올리자 성종의 몸이 잘게 떨렸다. 아까 성종이 잘 때 잠깐 했던 상상을 행동으로 옮겼다. 목 부근보다 조금 아래인 쇄골을 콱 씹자 정말 신기하게도 단내가 난다. 신기할 만큼 달콤한 살 내음이다. 다 같은 샤워용품을 쓰는데도 성종에게서는 야릇한 향이 풍겼다. 다 자란 처녀에게서나 날 법한 그런 향이. 누군가를 유혹하는 것처럼 온 몸으로 풍겨지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성종의 발목을 한 손에 쥔 명수는 움푹 파인 아킬레스건부터 탄력적인 허벅지 안쪽까지 잘게 키스를 하며 올라왔다. 배꼽 주변을 배회하던 명수는 한 손에 잡히는 성열의 허리를 가만히 내려다 봤다. 점점 완벽한 S라인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혹시 정말 여자일까 미친 상상을 해본 적도 있었다. 다 같이 씻으러가서 성종의 가랑이 사이 그것을 분명하게 확인했음에도 완벽하게 빚어져가는 성종의 허리라인과 다리를 볼 때면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럴 정도로 성종은 점점 색기가 흐르고 선이 곱게 다듬어지고 있었다. 한참 동안 성종의 몸을 매만지며 감상하던 명수는 성종의 것을 쥐고 놀던 성열의 손을 치우고 그 것을 한 입에 물었다. 아직 제대로 써본 적이 없어 덜 여문 성종의 것에선 풋내가 났다. 명수가 손으로 만져줄 때부터 끙끙거리던 성종인데 오럴을 시작하자 끙끙 거리는 소리가 새끼 고양이 골골 대는 소리로 변했다. 한층 톤이 높아지고, 더 가늘어진. 귓구멍이 멀어버릴 듯 한 소리. 옆에서 직통으로 그 소리를 듣고 있던 성열은 도저히 참지 못 하고 성종의 가슴 위로 올라 타 성종의 입에 제 것을 물렸다.
성종은 기묘한 감각에 휩싸였다. 분명 아까 성열과 할 때는 아프기만 했는데 지금은 뒤가 허전하고 허리 아래가 뽑혀 나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마치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처럼. 누워있는 성종의 입 속에 제 것을 들이밀고 추 삽질을 하던 성열은 뒤에서 버티고 있는 명수 때문에 자세가 불편해 다시 성종 옆에 모로 누웠다. 명수는 제 입에 물고 있는 성종의 것을 최대한 부드럽게 빨아올렸다. 어쨌거나 여기까지 온 이상 모두가 즐거워야 했다. 강간도 서로 즐기면 화간이 되는 세상이니까. 옆에 누운 성열은 성종의 손을 끌어 제 것을 쥐게 만든 다음 성종의 양 볼을 잡고 깊숙하게 혀를 밀어 넣었다. 성종의 손이 제 것을 잡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본 성열의 입 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더 이상 아까 울면서 떨던 성종이 아니었다. 위아래서 제 온 몸을 녹여버릴 듯 해대는 키스와 오럴에 성종의 몸이 툭툭, 경련이 일었다. 눈앞이 흐려졌다가, 선명해지기를 몇 번. 성종은 명수의 입 안에서 파정했다. 비릿하게 느껴지는 성종의 정액을 입에 담은 명수는 그대로 성종의 허벅지 사이로 입안에 있던 것 전부를 흘려 내었다. 성인식을 추겠다고 연습실에서 제 의상을 입고 연습하던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명수는 쭉 해보고 싶었던 게 있었다. 가늘지만 찰진 그 허벅지 사이에 제 좆을 끼워 넣고 흔들면 얼마나 황홀할까. 충분히 참을 만큼 참은 명수의 것은 곧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었다. 성종의 가는 두 발목을 한 손으로 잡아 올리고 그 사이로 제 좆을 끼워 넣었다. 상상만 하던 것인데 실제가 되니 온 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좋아서, 섹스돌을 사는 사람들이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제가 뱉어 낸 성종의 정액과 뒤섞여 미끈미끈하고 부드럽고 탱탱한 성종의 허벅지를 들락날락. 남자들의 섹스판타지가 왜 존재하는지 알겠다.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해봐야 할 만큼 그 맛이 좋으니까.
하지만 성종은 제 허벅지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는 명수 때문에 죽을 맛이었다. 이미 뒤로 느낀 제 몸은 허벅지 따위 보다 더한 걸 원하고 있었다. 아까 울고불고 난리를 쳤던 저인데 차마 말은 하지 못 하고 허리 아래가 덜덜 떨릴 만큼 뒤가 허전해 죽을 것만 같았다. 성열의 입에서 얼굴을 떼어 낸 성종은 명수의 얼굴을 갸륵하게 올려다봤다. 이런 장난질 말고, 아까 그…. 제 얼굴을 뚫어져라 봐도 영문을 모르던 명수는 성종이 제 아랫입술을 초조하게 핥을 때 쯤 그 눈을 알아채고 보조개가 파일 정도로 예쁘게 웃었다. 곧 성종의 귓가로 내려온 명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낮게 속삭였다.
“넣어 줬으면 좋겠어?”
성종은 그저 숨을 죽인 채 코앞에 있는 명수의 눈을 바라봤다. 악마의 눈이었다. 달콤하고 유혹적이지만 누구보다도 잔인하고 무서운.
“해 봐, 그럼. 명수오빠, 성종이 보지에 박아주세요.”
수치심에 성종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더니 곧 눈물을 터뜨렸다. 아직도 남아있는 자존심이 있나? 순수한 궁금증과 동시에 짓궂은 장난이 떠올랐다. 옆에 누워있던 성열조차도 당황해 변태새끼라고 욕을 했다. 하지만 명수의 장난 끼는 더 심하게 치고 올라왔다. 성종의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휘저은 명수는 신기함을 느꼈다. 남자도 흥분하면 뒤에서 물이 나온다던데. 명수가 손을 놀려 움직일 때마다 안은 더 질척하게 차올랐다. 젤은 아까 다 녹아서 흘러내린 뒤라 뻑뻑해졌을 법도 한데 성종의 뒤는 여전히 미끌미끌한 물이 손끝으로 느껴졌다.
“성종아, 왜 울어? 창피해? 부끄러워? 위도 아래도 같이 우네. 느껴지지? 너 지금 기집년 처럼 줄줄 싸고 있는 거.”
“흡….”
“그러니까 해 봐. 응? 박아달라고 애원 해봐. 그럼 넣어줄게.”
명수는 마치 아이처럼 성종을 졸랐다. 성종은 차라리 아까 제 꼴리는 대로 박아대던 성열이 명수보다 나았다고 생각했다. 미친 새끼라는 말이 지금의 명수에겐 완벽하게 부합했다. 명수의 성격대로라면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며 그 말이 제 입에서 나올 때까지 집착할 것이 훤했다. 성열과 비교해 너무 다정하게 대해주는 명수 때문에 깜빡 속을 뻔 했다. 순수한 눈망울로 제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얼굴은 천사와 가까울 테지만 그 본성은 루시퍼 그 자체였다. 이미 맛을 알아버린 뒤는 명수의 말처럼 흥건하게 젖어가고 있었다. 몇 번이나 입술을 씹어 삼킨 성종은 가는 두 팔로 명수의 목을 바짝 끌어안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빠, 성종이 좀…. 엉망으로 만들어 주세요.”
차마 명수가 시킨 대로는 할 수가 없어 머리를 굴려 제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취향을 뱉어냈다. 만족한 명수는 망설임 없이 성종의 구멍에 제 것을 박아 넣었다. 넣자마자 성열이 왜 그 요란을 떨었는지가 이해가 갔다. 엄청난 충격이 머리를 후려쳤다. 마치 불쏘시개로 뒷목을 지지는 것처럼 목 뒤가 화끈거렸다. 그냥 슬쩍슬쩍 넣었다 빼기만 해도 성종의 구멍은 알아서 제 본분을 다 했다. 명수의 커진 눈이 성열을 올려다보자 성열이 코웃음을 치며 성종의 가슴을 입에 물었다. 어느새 성종의 손은 다시 성열의 것을 쥐고 있었다. 반쯤 일어선 성종의 것을 본 명수는 그 어린 것을 손에 쥐었다. 제가 방정을 떨며 움직이지 않아도 성종의 구멍은 알아서 제 사정을 유도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빠르게 박아대던 성열과는 다르게 명수가 느릿하게 뜨겁고 습한 그 사이를 가르고 들어올 때마다 성종은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게다가 제 것이 명수의 손에 잡혀 있어 온 몸이 그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것만 같았다. 명수가 끝까지 치고 들어왔을 땐 이대로 죽는 건 아닐까 위험한 상상을 했다. 뱃속이 명수의 것으로 가득차서 숨이 턱턱 차올랐다. 한번 씩 밀고 들어올 때마다 바닥에 머리를 부비며 몸부림을 쳤다. 너무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그 것에 차라리 정신을 잃고 싶은 기분이었다. 위로 도망가려 발바닥으로 바닥을 밀어 봐도 땀 때문에 자꾸 미끄러져서 전혀 소용이 없었다.
성종의 것을 쥐고 흔드는 명수의 손이 빨라질수록 성종의 아랫입은 바쁘게 움직였다. 동시에 성열의 것을 쥐고 흔드는 성종의 손에도 점점 힘이 들어갔다. 방 안이 온통 헐떡이는 소리와 간간히 들려오는 성종의 신음소리로 가득 차올랐다. 방 안의 공기가 점점 탁해져가는 것을 느끼며 세 사람은 곧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잠깐 시간이 멈춘 것처럼 뚝 멈춰버린 세 사람은 차마 숨을 내 뱉을 수가 없어 눈을 감고 그 순간에 집중했다. 3초 동안의 정적이 세 사람을 휘감았고, 곧 명수가 성종의 위로 무너져 내렸다. 좋아서, 좋아서 죽을 것 같아. 약을 빨아도 이것만큼 좋을 것 같진 않아.
아직 결합 돼 있는 아래에서 명수가 움직일 때마다 그가 싸질러 놓은 액이 쿨쩍이며 비집고 흘러내렸다. 명수의 손 안에서 파정한 성종의 것은 배 위에 그 액들이 죄다 튀었고 동시에 사정을 한 성열의 것도 그 위에 뒤 섞여 고여 있었다. 한참 동안 아무도 깨지 못 한 정적이 명수의 말로 부서져 내렸다. 진심으로 걱정된 표정을 한 명수가 성종의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에다 싸면 배 아프다던데.”
“그러게 나처럼 밖에다 쌌어야지, 병신아.”
마치 누가 제 혼을 빨아먹고 간 것처럼 정신이 나갔었던 성종은 명수의 말에 눈을 돌려 그를 올려다봤다. 명수의 말대로 제 뱃속에 그의 것이 가득 뿜어져 있는 게 느껴졌다.
“괜찮아?”
“응….”
명수가 제 귓가에 잘게 키스하며 하는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성종은 여전히 뭔가 혼이 빠진 사람 같았다.
“어땠어?”
“응?”
“오늘 한 거.”
마치 오늘 먹은 밥맛이 어땠냐고 묻는 것처럼 담담하게 물어오는 성열 때문에 성종은 급히 현실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성열이 형이랑, 명수 형이랑 무슨 짓을….
“너도…. 좋았지?”
명수와 성열은 열리지 않는 성종의 입 때문에 애가 탔다. 죽어도 안 한다는 말이 저 입에서 나올까봐 두려웠다. 모든 일이 끝나자마자 제일 무서워지는 건 다른 것도 아닌 이성종 이었다. 다른 형들에게 일러바치는 건 둘째 치고 이 맛 좋은 걸 다시는 먹지 못 하게 될까봐. 그게 제일 무서웠다.
반면에 성종은 다른 의미로 고민에 잠겼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제 앞에 나란히 앉아 제 눈치를 보고 있는 명수와 성열을 번갈아 보던 성종은 여우한테 홀리면 이런 기분일까, 라고 생각했다. 뭐에 홀린 것처럼 자꾸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내어주게만 되는.
눈을 도록도록 굴리던 성종은 곧 그 둘의 목을 한꺼번에 껴안으며 생각했다.
좋았어. 좋았으니까…. 다 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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