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의 스웨덴 작가가 들려준 21세기 스웨덴 현대공예의 매력 공예는 스웨덴 디자인의 힘 | ||
이케아, H&M, 북바인더스디자인, 볼보…. 인테리어에서 자동차까지, 스웨덴 브랜드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디자인에 반해 예술 작품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 지난가을 열린 <스웨덴 현 대공예>전은 공예를 통해 스웨덴 미술을 살펴보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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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소진숙, 마르텐 메드보, 파시 발리마, 헤드비그 베스터마르크 최근 인테리어・디자인 분야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북유럽이다. 스웨덴, 핀란드 등의 미니멀하면서 실용성을 갖춘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주목받는 덕분. 모벨랩, 매스티지데코 등 스칸디나비아 빈티지 가구 매장이 인기를 끈 것은 물론,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지난달 <북유럽 가구 기획전>을 통해 아르네 야콥센, 한스 베그너 등이 디자인한 가구를 선보였다. 북유럽 디자인의 원동력으로 신비로운 대자연, 긴 겨울로 인한 실내 생활의 중시, DNA에 깃든 열정과 재능 등을 드는데, ‘기능을 겸비한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정교한 수공예 솜씨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스웨덴 공예는 북 유럽을 포함한 세계 모든 디자이너들이 인정할 만큼 탁월하다. 스웨덴에는 핸드메이드 공예품을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스웨덴 국립 예술 공예 디자인 대학 명예교수 세스틴 비크만의 설명이다. 지난 10월 27일까지 주한 스웨덴 대사관에서 열린 <스웨덴 현대 공예>전은 유기적 형태의 대형 도자 작품을 만드는 에바 힐드, 유리공예 기업 오 레포스사의 전속 디자이너였던 페르 B. 순드베리 등 스웨덴이 자랑하는 중견 작가 17인이 49점의 작품을 선보인 자리. 전시를 위해 스웨덴에서 활동하는 작가 4명이 한국을 찾았다. 예텐보리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한 마르텐 메드보Marten Medbo, 금발의 곱슬머리가 인상적인 장신구 작가 헤드비그 베스터마르크Hedvig Westermark, 콘스팍 예술 대학 교수 파시 발리마Pasi Valimaa 그리고 30년간 스웨덴에서 활동해온 한국의 섬유 작가 소진숙. 그들이 스웨덴 공예의 특징과 영감의 원천을 풀어놓았다. 1 키켄 에릭손의 조각 천을 이어 붙인 작품. 2 소진숙 작가의 ‘무제’. 강철망 본연의 특성을 잘 담아냈다. 3 은을 이용해 만든 파시 발리마의 ‘Centaur’. 4 기울어진 책상 다리가 인상적인 파시 발리마의 ‘패닉’. 5 기하학적인 세라믹 오브제를 선보인 에바 힐드의 ‘빌로우 1’ 6 헤드비그 베스터마르크는 폐종이를 활용해 웨딩드레스를 선보였다. 7 마르텐 메드보의 ‘벨벳’. 콩알만 한 점토를 촘촘히 붙여 만든 거대한 추상 작품(칼 리카르드 쇠데르 스룀 작), 색색의 섬유 조각을 투박하게 오려 붙인 패치워크(키켄 에릭손작)…. 이번 전시에는 우리가 흔히 알던 스웨덴 디자인과는 다른,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작품이 많아 낯설었다. (마르텐 메드보) 스웨덴 디자인하면 구조미와 기능성을 강조한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이는 1950년대 스웨덴 디자인의 특징이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국가 간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스웨덴 공예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스톡홀름 국립 예술 공예 디자인 대학과 예텐보리 디자인 공예 대학을 중심으로 섬유, 금속, 도자, 유리 등을 공부하는 학과들이 개설되면서 소재 본연의 매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이는 공예 작품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스웨덴 현대 공예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다양성’이다. (소진숙) 지난 수십 년간 다양한 소재를 연구한 끝에 스웨덴 공예는 재료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리는 하나의 오브제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핀란드나 노르웨이 등과 다른 스웨덴 공예의 특징을 설명한다면? (파시발리마) 노르웨이는 민속 예술folk art을 바탕으로 산악 지역을 고려한 기능적 디자인을 선보인다. 덴마크는 미니멀리즘을 강조한 가구와 도자기 제품이 특징이며, 핀란드는 예부터 유리공예가 발달했다. 스웨덴 디자인의 특징은 다른 나라에 비해 좀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다는 것. 스웨덴은 노르웨이와 핀란드 사이에 놓여 좀 더 온화하고 아기자기한 자연환경에 놓여 있다. 그래서 기능적 디자인보다는 함께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는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듯하다. 수도 스톡홀름을 비롯해 스웨덴에서는 집 밖을 나가면 어느 곳에서나 바로 자연과 만날 수 있다. (파시 발리마) 기울어진 책상 위에 은으로 만든 오브제를 부착한 ‘패닉Panic’, 거울 위에 스테인리스로 만든 컵을 설치한 ‘저스트 비포, 애프터Just Before, After’ 2점의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에 이야기를 담고자 노력한다. 관객이 ‘이 작품은 왜 이런 형태일까’ 하는 호기심을 갖고 작가의 의도를 유추하는 것을 즐긴다. 저스트 비포, 애프터의 ‘이야기 장치’는 이렇다. 바닥에 놓인 거울은 미래, 컵은 과거, 거울에 비친 컵의 모습은 현재를 의미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작품에 담아 시간을 초월해 다양한 상상을 하도록 의도했다. (헤드비그 베스터마르크) 셔츠 소맷자락, 폐품 종이, 낡은 진주 목걸이 등 누군가가 버린 재품을 활용해 웨딩드레스를 만들었다. 무조건 비싸고 고급스런 소재로만 작품을 만들어야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예술 소재에는 제약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소진숙) 강철망이라는 소재를 최대한 드라마틱하게 보여줄 수 있는 설치 작품을 완성했다. 강철망은 빛을 투과하면서 빛나기도 하고, 구겨지기도하는 재미난 소재다. 모든 예술은 소재에서 출발하고, 공예는 숙련된 작가의 솜씨와 기술적 기량을 통해 재료의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예술이다. 이번 전시에는 쓰임보다 재료 본연의 느낌을 강조한 작품이 많은 것 같다. ‘쓰임’이라는 공예의 가장 큰 특징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헤드비그 베스터마르크) 공예는 디자인 공예와 아트 공예가 있는데, 이 두 가지를 분류해 서로 다른 영역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누군가 만지고 사용하는 것만이 공예의 전부는 아니다. 일상 속에서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도 또 하나의 ‘쓰임’일 수 있다. 창작의 영감을 어디에서 얻는지 궁금하다. (마르텐 메드보) 자연과 전통 문화. 작품을 구상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민이 이어지는데, 산책을 하거나 옛 디자인을 살펴보면 의외로 쉽게 해답을 찾곤 한다. (헤드비그 베스터마르크) 전통문화, 특히 17세기 바로크 문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당시에는 접시 한 장도 굉장히 기능적으로 디자인했는데, 그것에 깃든 이야기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계획 중이다. | ||
기자/에디터 : 박나리 / 사진 : 이경옥 취재 협조 스웨덴 대사관(3703-3700) | ||
2012. 7. 3.
공예는 스웨덴 디자인의 힘 2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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